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08.10.07
김조광수, 부산을 만나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들고 부산 찾은 김조광수 대표

“일을 벌이는 것도 좋아하고 다행히 책임도 잘 진다”는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 일을 또 하나 벌였다. 청년필름의 대표로 10년동안 10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결국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샤방샤방 퀴어로맨스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찍었다. 비록 13분짜리 단편이긴 하지만 당당히 그의 필모그라피의 첫 장을 장식하게 될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1만명 관객 동원”을 목표로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부산 원정대’까지 꾸린 김대표. 감독으로, 제작자로 또 선재상 심사위원으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의 일과를 따라잡아보기로 했다.

3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하루에 9개의 일정 소화하기

10월 5일 하루에만 9개의 일정이 잡혀있다. 그 일정의 시작은 선재상 심사위원들과의 아침식사. 이날부터 시작된 단편경쟁부문 영화 심사에 앞서 두 명의 심사위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어지는 영화 관람. 영화를 볼 때만큼은 심사위원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다. 김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세 번 영화를 봤다. 그 사이 비는 시간은 각종 스케줄로 채워 넣었고, 영화 상영관인 스펀지 메가박스와 해운대 백사장 그리고 호텔의 행사장들을 정신없이 오갔다. 김 대표는 이날 하루 총 3벌의 옷을 갈아 입었다.

오전에 영화를 관람을 마친 김 대표는 3년째 만나고 있는 라이브 파트너와 간단히 쇼핑을 했고, 깃털 코사쥬가 달린 페도라를 하나 샀다. 몇 개의 모자를 짐 가방에 넣어 왔지만 오늘 입을 의상과 어울리는 모자가 없었다는 것. 오후3시. 김대표는 2개의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는 피프 파빌리온 게스트 라운지에 페도라를 쓰고 나타났다. 20분간 인터뷰가 진행됐고 3시 30분부터 시작된 ‘아주담담: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서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배우 김혜성, 예지원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부산이 고향인 김혜성은 짧지만 강한 사투리를 들려줬고, 영화에서 노래를 부른 예지원은 “카메오인 줄 알았는데 노래를 3곡이나 시켰다”며 김 대표에게 자신이 속은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대표는 “배우들이 모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특히 김혜성과 이현진 두 배우는 게이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 흔쾌히 출연해줘서 고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주담담 무대가 끝나자 김 대표의 골수 팬들이 찾아왔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제작비를 지원해준 256명의 ‘소년단’들이자 부산영화제에서 영화 홍보도 돕고 김 대표와의 ‘번개’도 가지게 될 ‘부산 원정대’ 멤버들이었다. 김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인 이들은 늦은 밤까지 김 대표와 함께 했다.

오후 7시. 예지원과 함께 ‘아시아영화펀드의 밤’ 행사 사회를 보게 된 김 대표. 특별히 목소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달변가도 아닌 것 같은데 능숙한 솜씨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운다. 펀드 지원을 받게 된 감독들이 무대에서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 않자 “창의적이고 예쁘게 포즈를 취해 달라”며 포즈를 유도하고, 수상 감독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며 “저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날이 올까요?”라며 농담같은 진담도 전한다.

9시에는 두개의 약속이 잡혀 있다. 부산 원정대 멤버들과의 술 약속이 하나,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의 밤’이 나머지 하나.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두 가지 약속을 다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4명의 부산 원정대 친구들을 한국영화의 밤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9시가 조금 넘어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행사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김 대표는 1초에 한번 꼴로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했다. 그곳에서 또 다시 만난 예지원. 김 대표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묵묵히, 조용히, 소신을 지키면서 지금까지 청년필름을 꾸려온 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귀여워> <올드 미스 다이어리> <소년, 소년을 만나다>까지 세 편의 작품을 함께 하면서 대중들한테 어필할 수 있었고, 배우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출연해달라고 했을 때 무조건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10시가 되자 팬들을 데리고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호프집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좀 더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감독님 답지 않게 너무 편하다”고 하자 “천성이 밝고 쾌활하다”며 입을 연다. “대학때 학생 운동 열심히 했는데 그때도 막 율동패 꾸려서 춤추고 노래했다. 어딜가나 나이가 제일 많아 ‘왕언니’였는데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잔 부딪히는 소리는 여러번 더 이어졌고, 정신없었던 하루 일과도 끝이 났다.

그에겐 유독 더 특별한 13번째 부산국제영화제

10월 6일. 전날 바쁜 일정을 소화해서 잠은 푹 잤겠거니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날이라 무척 긴장되고 걱정돼 잠을 설쳤단다. 오전 10시에 영화를 보고, 점심때 선재상 심사위원들과 심사회의를 하고, 언론사와의 인터뷰도 마치고 드디어 5시다. 5편의 단편영화가 묶여 상영되는 <단편 쇼케이스 1>에서 3번째로 상영 준비중인 <소년, 소년을 만나다>. “길거리 부킹은 조심해야 돼. 마초한테 걸리면 정말 끝장이야.” 길에서 첫눈에 반하는 게이들은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빛나는 소년과 소년의 로맨스가 만화처럼 그려진다. 관객들은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 김 대표에게 첫 질문이 날아들었다. “광수닷컴 홈페이지에 미모가 빛을 발하던 20살 적 사진을 올렸다. 김혜성과 닮았던데...” 속칭 ‘알바’의 질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김 대표는 “절대 짜고 하는 것 아니”라며 “영화와 메이킹 필름을 합쳐서 11월 극장 개봉을 준비중인데 메이킹 필름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 대표는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와 영화를 함께 만든 스탭들과 저녁을 먹었다. 폐막일까지 한번의 GV와 심사 결과 발표가 남았다. 매년 찾는 영화제였지만 여느 때보다 바빴고 또 설&#47132;던 시간들. 13번째 부산은 그에게 특별했다.

글 이주현 (객원기자) 사진 김동환

신고
Posted by 소년단장


티스토리 툴바